아!임!
이번 나의 이야기는 음악 이야기라기보단 어쩌면 그냥 나의 사는 얘기 혹은 고민 얘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글을 시작하면서 추상적으로 드는 나의 느낌일 뿐이다.
왜냐하면 고막사람 글을 쓸 때 나는 최대한 ‘초고’처럼 쓰려고 하기 때문에 사전에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전혀 정하지 않고 들어가거든. 그래서 글을 쓰다 보면 또 음악 얘기로 빠질 수도 있지만 글을 시작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음, ‘고막’과 관련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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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카페에서 마침 고개를 돌렸는데 어두운 카페 안 오막의 옆자리에선 귀여운 커플이 유럽 지도를 놓고 뭔가 꽁냥꽁냥 이야기하는 걸 보니 여행 계획을 짜는 게 아닌가 싶다. 훔쳐봐서 그분들껜 죄송하지만 뭐 의도를 가지고 본 건 아니다. 그냥 커피를 마시며 두리번거리다 한 2초 봤을 뿐.
여행. 여행!
여행이라.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여행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이라고 명시되어있다. 중요한 것은 꼭 ‘유람’을 목적으로만 하는 게 아니어도 여행이라고 한다는 것이지. 일로 가는 것도 여행이라는 것이다.
나그네 ‘려’, 다닐 ‘행’. 나그네가 다닌다...
그러니깐…그냥 싸돌아다닌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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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하는 그 여행이 정말 행해질지는 미지수지만 내 마음은 가고 싶은 게 너무 명확하고 확고한 듯하다. 왜냐면 나도 모르게 요즘 모든 내 생각들은 그 여행으로 자꾸만 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그 여행을 ‘캘리여행’이라고 표현하겠다)정말 현실적인 돈부터 그렇다. 일을 해서 들어오는 번 돈이 있다면 캘리여행을 위한 저축을 먼저 생각한다든지,
사진을 찍는다면 어떤 카메라가 좋을지,
인스타그램에서 좋은 사진들을 보면 ‘오 캘리여행에서 이렇게 찍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고,
거기서 음악을 만들려면 컴팩트한 악기가 필요할 테니까 창고에 박아뒀던 미니건반 사용법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기도 하고,
심지어 그즈음의 캘리포니아 날씨를 검색해보고,
가져갈 옷가지까지 머릿속에 떠올리기도 한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런 생각들이 먼저 떠오른다. 요즘. 그러니 내 마음은 이미 컴팩트한 필름 카메라 하나를 가지고 캘리포니아 사막을 걷고 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뚜벅뚜벅...햇빛과...모래바람을 맞으며...
내가 싸돌아다니는 성향의 휴먼이 아니어서 오랜만의 여행 소식이 나도 모르게 반갑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 물론 차를 타고 항상 내가 가는 루트 - 집, 작업실, 단골 카페 - 를 종종 정말 아무 의미 없이 드라이브하는 경우는 있지만 어디 새로운 곳을 개척하는 짓은 난 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하면 설레다가도 막상 어딜 가려고 하면 귀찮아지는 나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행 소식이 반가운 또 한 가지 이유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고’ 가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귀차니즘의 성격으로 평생을 살다 보니, 그런 성향을 평생을 끌고 오다 보니 인제야 ‘생각’을 멈추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아니면 나이를 먹어감에 초조함이 느껴져 ‘이젠 행하지 않으면 죽음뿐이야!’라는 생각이 머리에 새싹처럼 자라났는지도 모른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어찌 되었건,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망이 큰 요즘이다. 뉴 작업과 뉴 경험과 뉴 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