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아 요즘 나는 단순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단순화해서 받아들이고 단순화해
052_단순화 과정 오막 to 한아임 2024년 9월
|
|
|
아임아
요즘 나는 단순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들을 단순화해서 받아들이고 단순화해서 반응하려고 한다. 가령, 기분이 안 좋으면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분이 들뜨면 나는 들떴구나 하고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대강 생각하기’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느낌은 아니다. 최근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아니면 기분이 좋은 일이 있으면 그 근원적인 것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해보려 했다. ‘내가 왜 기분이 나쁘지’부터 해서 ‘아 누군가가 저런 행동을 해서’ -> ‘그럼 저 행동이 나의 과거의 어떤 상처가 어떻구 저렇구’ ->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가 사는 우주가 이렇고 저렇고’. 이런 프로세스를 거친 것 같다. 물론 저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나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계속 저렇게 깊게 생각하는 것은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로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항상 어떤 새로운 음악을 ‘디깅’하는 버릇이 있었다. 물론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야. 근데 요즘엔 나의 기분이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고 그 기분에 맞는 음악을 들으려고 한다. 기분이 좋은 날엔 기분이 좋을 만한 음악을, 기분이 좀 우울한 날엔 그냥 우울한 음악을. 그리고 디깅도 최근엔 잠시 멈추고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했었는지, 어떤 음악을 자주 들었었는지 옛날 리스트를 종종 살펴보곤 한다. 그리고 이 얼마나 좋은 시대인지, 스포티파이 앱에는 내가 ‘자주 들었었던 음악’ 리스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얼마 전 내가 옛날에 자주 들었었던 뮤즈 음악들을 쭉 들어보았다. 내가 좋아했던 뮤즈 음악들부터 말야. |
|
|
(전 편지들에서 이미 언급했던 노래들을 이번 편지에서도 언급할 것 같다)
이 외에도 내가 중학생 때부터 자주 들어온 곡들이 많지만 특히나 저 두 곡을 굉장히 많이 들었던 것 같다. Starlight 은 언제 들어도 뭉클한 기분 좋음이 있다. 가사는 좀 슬픈듯한데, 곡 전체의 분위기는 오히려 희망차다. 처음 베이스로 시작하는 도입부를 지나 메인 테마가 나오는 건반 소리가 들리면 정말 우주 어디 떠다니는듯한 느낌마저 든다. Plug in baby는 그냥 스트레스받는 날 차를 타고 가면서 차에서 볼륨을 왕창 크게 틀어놓고 들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다. 음악의 마지막도 쿵쾅쿵쾅 몰아치다가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게, 마치 세상에서 이일 저일 씨름하다가 고요한 방에 들어온 느낌이 들게 한다. 그러면 스트레스를 왕창 쏟아내고 잠깐 허한 감정이 들게 하지. 내가 좋아했던 뮤즈 노래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냥 스포티파이가 추천해 주는 뮤즈 노래들도 듣게 되었는데, 아니 나만 몰랐던 건지, 뮤즈는 발매한 곡이 정말 정말 많더군! 뮤즈의 팬들이 읽는다면 좀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정말 내가 처음 들어보는 수많은 곡이 있더구나. 그리고 내가 놀란 이유는 너무나도 좋은 곡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유명한 곡들일 수도 있다. 나만 모르고…) |
|
|
그중에 (내가 새롭게 접한 뮤즈의 곡들 중에) 가장 충격을 받은 곡 중 하나다. 들으면 누구나 바로 꽂히겠지만, 처음부터 들려오는 ‘매매매매매~’ 보컬 찹이 바로 귀를 사로잡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밴드 퀸을 닮아있다. 그전에는 뮤즈가 퀸이랑 비슷하다는 느낌은 전혀, 진짜 1도 들지 않았다. 근데 이 곡은 정말 정말 퀸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중간중간 깔리는 성가대 코러스나 약간은 밝은 분위기의 곡 바이브가 그런 느낌을 들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뮤즈의 보컬 매튜가 평소처럼 노래한 것 같긴 한데, 곡 분위기가 그래서인지, 이 곡에선 보컬이 특히 프레디 머큐리의 향수가 느껴진다. 이 곡에서 ‘I need to love’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 곡은 마치 이 가사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
|
|
이 곡은 한층 더 퀸을 생각나게 한다. 그냥 도입부의 슬랩 베이스부터 퀸의 향수가 난다. 그리고 바로 치고 들어오는 보컬은 더더욱 프레디 머큐리의 향수가 난다. 내가 저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찾아보진 않았지만 이 두곡들 만으로도 분명 퀸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곡은 퀸도 퀸인데, 심지어 락음악이 아니라 70, 80년대 유행한 펑키 음악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
|
|
Wild Cherry - I Feel Sanctified |
|
|
Kool & The Gang - Celebration |
|
|
70, 80 유행했던 이런 펑키 음악들. 어쩌면 뮤즈도 이런 음악들을 좋아하는지도 모르지. 특히나 슬랩 베이스의 사운드가 유사함을 느끼는 데에 큰 역할을 한 것 같긴 하지만 곡 전체적으로 그러하다. |
|
|
그리고 이 곡. 정말 싸이코같은 곡이다. 미친 곡이야. 너무나 뮤즈스럽게 싸이코같은 곡이다. 이 곡의 포인트는 역시나 훅에서 ‘Psycho Psycho!’라고 외치는 부분이다. 훅의 가사가 저게 다라니. 정말 락페스티벌에서 팬들이 안 따라 부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Psycho라는 가사가 나오는 부분에 일렉기타를 정말 싸이코같은 사운드로 거칠게 연주하면서 이게 기타 소리인지 보컬 소리인지 구분이 안가도록 한 게 맘에 든다.
뮤즈에게 내가 모르는 곡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정말 몰랐다. 근데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사실 나만 몰랐던 것 같다. 왜냐하면 Psycho 같은 경우엔 유튜브에 올라온 Lyric 비디오가 8,60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거든. 아하하하.
.
.
.
예전에 자주 들었던 아티스트 중 또 하나는 바로 맥밀러다. 물론 요즘도 자주 듣지만, 예전엔 정말 더 미쳐서 많이 들었었지. 예전에는 맥 밀러의 음악 중 정말 신나고 그루비한 음악을 찾아 들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내가 좀 기분이 다운되어 있거나 우울할 때 맥 밀러를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사람은 언제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맥 밀러의 진짜 ‘이야기’는 좀 더 차분한 곡들에서 나오는 것 같다. |
|
|
기분이 가라앉아 있을 때 나는 그냥 가라앉는 음악을 듣는 편인데, 이 음악은 그 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마약에 취한 듯 부르는 맥 밀러의 목소리와 곡 분위기가 너무나 잘 어우러져서 그냥 하나로 들린다. 가끔 감정도 파도에 휩쓸려 다닐 때가 있는데 서핑 같은 느낌이지. 물론 서핑의 역동성보다는 그냥 서프보드에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
|
|
Mac Miller - Come Back To Earth |
|
|
이 곡들도 비슷하다. 우울하다는 건 내가 나를 ‘감정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일 텐데, 그럴 때 Surf나 Circles를 들으면 오히려 점점 (좋은 쪽으로) 차분해지면서 나를 한 발짝 물러서서 보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침착하게 좀 더 이성을 찾게 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뭔지, 그리고 그것만 하면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느낌이랄까.
.
.
.
갑자기 나도 모르게 이렇게 음악 이야기만 쭈욱 했군. 이렇게 찾아서 듣다 보니 정말 많은 좋은 곡들을 지나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
.
.
아임아, 요즘에 뭔가 내가 자꾸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음 뭐랄까, 현실을 회피한다기보단 현실의 힘듦을 회피하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회피하는 나를 해결해 보려고 자꾸 이런 생각 저런생각, 이런 해결책 저런 해결책, 이런 근본적인 원인 저런 근본적인 원인을 계속 찾아다니면서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를 굉장히 힘들게 질책한 것 같은데, 거기에 내가 좀 지쳐있는 것 같다. 기억날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이 음악 얘기들은 내가 ‘단순화’를 하려고 한다는 말을 꺼내면서 시작됐다. 그래, 단순화. 내가 힘들면 힘든 거다. 그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여야겠다. 돌려 돌려 생각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나한테 뭔가를 느끼게 해 준 저 음악들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M으로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을 좋아하나? Muse, Mac Miller. 여기서 나온 표본이 두 개뿐이기에 그렇게 주장하기는 좀 그렇지만서도 말아.
모르겠다. Me도 그냥 좋아해 봐야지. 단순하게.
|
|
|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