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아! 정말 몇 년 만에 우리가 만났구나. 시차가 없이 연락하는 게 어색할 정도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042_AI도 사랑을 한다 오막 to 한아임 2024년 4월
|
|
|
아임아!
정말 몇 년 만에 우리가 만났구나. 시차가 없이 연락하는 게 어색할 정도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벌써 4월이 되었고 네가 온 지 2주나 지나갔다니 믿기지 않는다.
너가 한국 들어오는 날부터 내가 고막 사람을 위해 뭔가를 남기기 위해 영상을 찍으려 했는데 너도 알겠지만, 첫날부터 나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바로 나의 멍청함 때문에…. 하하…. 너가 입국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부터 카메라로 담고 싶었는데, 입국장을 내가 잘못 찾아갈 줄이야…얼마나 멍청한가!
어쨌거나 아임이 너는 하나도 안 변했더구나? 머리가 사자머리가 된 것 빼고는? 하지만 사자머리도 아주 잘 어울리니 다행이다. 이미 우리는 만나서 이것저것 우리가 앞으로 3개월 동안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긴 했지만, 여기에 살짝 정리를 해보자면
- 음원 내기 - 유튜브(음원 작업기 다큐 / 작업실 토크 / 아임의 한국 생활기 다큐) - 사진집(가능하다면)
일단은 이 정도다. 물론 전시 이야기도 오고 갔지만 전시를 하기에는 약간 시간이 빠듯할 수도 있기에 일단은 저렇게 정리해 두겠다. 저것들만 해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하다. 시간이 너무 빠듯해!!! 생계를 위한 본업까지 하니 더욱더 빠듯하다. 내가 주식 부자이거나 로또를 맞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없는 시간 속에서 빠듯하게 준비해 보겠다.
저번 용인 투어는 괜찮았느냐? 뭐 사실 투어랄 것도 없지… 내가 자주 가던 식당과 카페와 우리 동네를 본 것뿐이니깐 말아. 내 단골 카페의 커피와 디저트를 너도 좋아해 준 것 같아서 뭔가 모르게 기분도 좋았고 고마웠다. 또한 너가 용인에 온 것도 좋았지만 너가 태준과 만나게 되어 더욱 좋았다.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도 오고 간 것 같고. 특히나 음악을 하는 태준도 이번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 부담도 좀 덜어지고. 우리가 만나서 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SF적이고, 몽환적이면서, 안드로이드틱하고, 좀 뭔가…뭔가…우주적이고…이런 느낌들이 태준이 기존에 하던 스타일의 음악과 정말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내 스타일은 어떻게 그런 바이브나 주제와 잘 섞일 수 있을까?
|
|
|
Bleachers - Call Me After Midnight |
|
|
위의 생각들을 하면서 내가 요즘 자주 듣고 있는 앨범이다. 아직 우리가 구체적인 방향이 나온 것은 아니나, 우리의 음악에 어떤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했을 때 조금 더 순진한 느낌의 로봇을 생각해 보았다. 고도로 기계화된 삐까뻔쩍한 SF적 세상에서 우울하고 깊고 방대한 느낌보다는 ‘순진한 애기 로봇’ 같은 캐릭터랄까. 그리고 그런 캐릭터가 그런 삐까뻔쩍한 거리를 노니는 느낌말아. 생각보다 귀여운 그림이 그려지지 않니? |
|
|
한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고 그 이미지나 장면들을 생각하다 보면 신스팝이나 좀 기계적인 사운드가 많이 들어간 음악이 떠오르다가도 어느 구간에서는 이런 음악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우리가 통으로 10곡 정도 발매하는 거대한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라면 큰 바이브를 헤치지 않는 선 안에서 이런 다양한 분위기의 음악이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 다만 현재 최대 3곡 정도를 생각하고 있기에 어떤 느낌의 곡을 만들지, 어떤 곡들을 수록할지 잘 얘기해 보자꾸나.
이 곡은 들을 때마다 왜 이렇게 어린아이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제목에 Dream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꿈’ 하니깐 어린아이를 생각한다. 꿈은 모두의 것인데! 나이가 34살이 되어도 꿈을 꿀 수 있다구. 60살이 되어도 말야! 더 나아가서 나는 분명 로봇도 꿈을 꿀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더욱 고도화된 세상에서는.
저번에 한 번 얘기하긴 했지만, 나는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는 이론이 굉장히 맞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보면 우리도 AI인 것이지. 하지만 너무 정교하기에 우리조차 모르는. 그런 AI들이 또 기계와 AI를 만든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탄생한 2차 AI들도 결국 우리와 다를 게 없어질 것이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2차도 아니지. 한 287,800,000번째 AI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AI인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 기계인지, 평생 알 수가 없다. 아니 인류의 수명이 다 할 때 까지도 알 수 없을 것이다. 근데 그렇다면 말야. 이렇게 생각한다면 말이지? 이런 세상에서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야 할까? 어떤 것에 중요도를 설정하고, 어떤 가치를 스스로 설정해야 하느냐 이 말이야. 뭐, 그냥 살아갈 수도 있다. 태어난 김에. 아니, 만들어진 김에 말이야. |
|
|
그냥 표류하는 것일 수도 있다. 흐물흐물 살다가 가는 존재일 수도 있지 우리는. (내가 해석하기에) 저 곡에서 주인공은 사랑에 실패해서 삶의 방향을 잃은 외계인이다. UFO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서 정착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 사랑이 실패해서 다시 표류하게 된다. |
|
|
여아임 얼마 전 만나서 했던 이야기 중에, 아임이 ‘사랑’에 관한 노래들에 대해 그렇게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수많은 노래들에서 문자를 하나 보낼지 말지, 이 행동을 하면 상대방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이런 선물은 어떨지, 갈팡질팡. 그리고 사랑을 하고서도 이런저런 사소한 이유로 인한 싸움들, 감정의 오르락내리락, 기념일은 어떻고. 이별하는 순간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마음들, 헤어지고 나서도 연락을 할까 말까, 카톡 프로필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옛날 사진을 뒤적이고. 나는 아임이 그런 노래들에 감흥이 없다고 말했던 게 이러한 사랑으로 인한 ‘사소한 행동들이 의미 없게 느껴진다’는 뜻이었다고 이해했다. 여기엔 나 스스로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것 같다. 다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는 참 중요한 것 같다. 그걸 느끼는 게 말야. 그게 이성이든, 대상이든, 물건이든, 상황이든, 시간이든, 추억이든, 글이든, 이미지든 상관없다. 다만 그것을 느끼고 그 감정을 인지하는 순간은 참 고귀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위에서 우리의 세상은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했잖니? 그렇다면 우리가 그리는 AI나 로봇들 또한 우리와 다를바가 없다. 그리고 그들도 사랑이라는 어떤 것을 느낄 것이기에, 나는 아마 우리가 만드려는 음악을 ‘사랑’과도 관련 지어서 만들게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얕게 만들고 싶진 않으니 더 파고들어볼 생각이다.
|
|
|
커버가 아주 섹시하지? 어찌보면 미래는 레트로와도 닮아 있다. |
|
|
이러한 음악들도 생각이 난다. Vansire의 저 음악 같은 경우는 너가 저번 편지에 보낸 Skinshape의 노래도 떠오르게 한다. |
|
|
Josh Fudge - When She's Gone |
|
|
The 1975 - It's Not Living (if it's Not With You) |
|
|
이러한 신스팝도 생각이 난다. 자꾸 네온사인과 사이보그가 떠올라. 어쩌면 '오막 이 새키는 이번 고막사람이라는 기회를 틈타서 그냥 밴드음악을 하고 싶은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기분탓이야! 절 대 기 분 탓 이 야!! |
|
|
여튼 말야, 아임아. 다시 한 번 한국에 온 걸 환영한다.
우리는 이번 주에 중학교 동창 AI들과 만나게 되겠구나. 걔네는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그 동창들 중 과학자 친구도 있으니, 의견을 한번 물어봐야겠다.
좀 다른 얘긴데, 얼마 전에 사람마다 각자 표현하는 ‘사랑의 언어’라는 게 있다는 것을 들었다.
선물, 헌신, 함께하는 시간, 인정, 스킨십
각자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저것들을 통해 나타난다는 거지. 그리고 보통 ‘받고 싶은 사랑’과 ‘주는 사랑’의 형태가 각각 다르다는데, 아임은 어떠니? 한번 생각해 보렴. 나는…생각해 본 결과… 주는 방식으로는 ‘선물’을 자주 택하는 것 같고, 받는 것으로는…’인정’을 원하는 것 같다.
과연 아임은..?! |
|
|
마지막으로 Olivia Dean - UFO의 다른 버전을 올려놓을게. 너무 좋아서 너무 많이 본 영상이다. 모든게 완벽한 영상이라고 할 수 있지. 음색과 음악과 배경과 주변소음과 기타색깔까지.
마치 클리셰처럼, 기계에 의해 멸망이 가까워진 인류가 어디 산골에 은신처를 만들어 놓고 소소한 기타놀이를 하면서 잠시나마 악몽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는, 그런 영화의 한 장면 같구나.
그럼, 이번 주 주말에 보자꾸나. 곧! SOON!
- 밴드 음악하고 싶어서 고막사람 핑계를 대는
오막이가
|
|
|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