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아 <블루>에 관련된 아주 핵심적이고 효율적인 편지를 잘 읽었다. 너가 보낸 링크들의 음악을 하나씩
040_자연스러운 비합리주의자 오막 to 한아임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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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아
<블루>에 관련된 아주 핵심적이고 효율적인 편지를 잘 읽었다. 네가 보낸 링크들의 음악을 하나씩 들어보면서 우리 서로 의도하는 바가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게 서로 생각하는 의도를 말로, 언어로 표현하려고 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렇게 음악으로 그냥 보여주니깐 확 와닿는다.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느낌과 내가 생각하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중에서도 Ark Patrol이나 The Marias, Chromatics의 음악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요즘에 하고 싶은 음악들이랑도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약간 신스팝적인 느낌을 가져가면서도 밴드 사운드 같은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거기서 '몽환 한 스푼'이 들어가면 저런 느낌들이 되는 것 같다. 전 편지들에서도 몇 번 내가 요즘 관심 두고 있는 아시아계 밴드들을 언급했는데, 그런 밴드들이 다 요런 감성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네가 한국에 있는 동안, 이 <블루>라는 곡에서 더 파생되어서 여러 곡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거기에 맞는 소소한 뮤비도 우리끼리 만들고. 에디터 J도 도움 요청하면 도와주지 않을까? 물론 내 생각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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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제 고작 2~3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아임이 한국에 오기까지 말이야! 아직 너에게 우리가 할 것들에 대한 나의 러프한 생각들을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임이 귀국하는 날부터 내가 카메라로 뭔가를 담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같이 밥이라도 먹고. 아 물론 아임이 귀국 당일날부터 뭔가 스케줄이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야. 내가 곧 개인적으로도 연락을 주겠다. 편지로만 소통하기엔 한 달에 두 번 뿐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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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ji - SLOW DANCING IN THE DAR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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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블루>에 대한 이야기를 아임이 꺼냈을 때 내가 래퍼런스처럼 들려줬을 수도 있다. 글을 읽자마자 Joji의 몽환적인 느낌이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내가 느끼기에도 차가운 로봇이라기 보단 차가운 로봇으로 제작되었지만 점점 인간화가 되어가는?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싶어서 고통스러워하는 느낌의 안드로이드가 생각이 난다. 저 노래의 뮤비도 (정확히 어떤 의도인지는 모르나) 그런 느낌의 연출이 강하달까. 어떤 측면에서는 안드로이드나 로봇은 아니지만 특정 영화의 '좀비'와도 닮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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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d Valley - Shell Suit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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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웜 바디스>에 수록된 사운드트랙 중 하나다. 아임도 봤을지 모르나, <웜 바디스>는 좀비가 된 주인공을 굉장히 인간적으로 그려놓은 로맨티코미디 영화다. 영화의 사운드트랙들이 너무 잘 묻어나서 기억에 남았었는데, 지금 다시 들어보니 밴드+신스팝의 느낌의 사운드트랙들이 많았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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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도 생각이라는 걸 하며 살아간다는 컨셉으로 그려낸 영화인데 어느 정도 클리셰 하면서도 독특하고 톡톡 튄다. 위 음악도 약간 빠른 템포의 리듬으로 전개되는 밴드 음악이지만 그 안에서 몽환적인 느낌을 찾을 수 있다. 음악 시작부터 깔리는, 신스인지 기타인지 좀비의 비명소리인지 모를 이상한 멜로디 소리가 그 묘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 보컬들의 사이보그틱한 분위기도 그렇고 말야. 여튼 <블루>라는 것을 주제로 곡을 만든다면 아임이 말한 몽환적인 것은 가져가면서 그 안에서 여러 느낌으로 파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블루>라는 것을 중심으로 짧은 스토리나 서사를 우리가 만들어서 거기에 OST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실제로 단편 영화나 영상으로 만들기에는 힘들 수 있으나 음악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야 뭐, 영상에 비하면 훨씬 덜 수고스러우니깐 말이야. 그리고 저번 편지에 담아 준 음악들을 듣다 보니 아임의 의도가 태준과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태준, 기억하나? 내 주변에 음악을 하는 몇 안 되는 지인 중 한 명인데, 약간 몽환적이면서도 사이버틱하고 독특한 '비트'를 만드는 친한 형. 한 2~3년 전 즈음에 앨범을 내려고 했다가 그게 뭐 어찌저찌 무산되었던. 기억이 날지도 모르겠다. 여튼, 태준과의 음악과도 굉장히 잘 맞을 것 같으니 이것도 한번 이야기해 보자구.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한 번 만나기로 했는데 이야기를 한번 꺼내봐야겠다. 그리고 꼭 이번 주말이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항상 풋살을 하기 위해 만나는 사이이기 때문에…. 언제든 이야기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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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내가 얼마 전 편지에 너무나 빠져있다고 말했던 HYBS가 또 앨범을 발표했다. EP 정도 규모의 앨범이라 좀 짧아서 아쉽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에 가지고 있던 미니멀한 밴드의 느낌에서 조금 더 '풀'하고 '팝'적인 사운드를 담아 곡들을 채운 것 같다. 미니멀한 느낌에 빠져 좋아하기 시작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뭐 여전히 좋은 것은 똑같다. 그리고 아티스트들은 항상 전에 했던 것과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아주 칭찬할 만한 행보다. 항상 뒤처지는 것은 대중인 것. 어느 아티스트나 과거의 영광을 가져다주었던 그런 음악을 계속해달라는 팬층이 많기 마련인데, 사실 거기에 얽매이면 이도 저도 아닌 정체된 아티스트가 될 것이 뻔하다. 세상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사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HYBS가 본인들이 하던 음악에서 뭐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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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BS - I Don't Wanna Go Ho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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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몸이 들썩이는 곡도 있고. 나 혼자 너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아임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거처럼 5~6곡을 묶은 앨범을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할 수 있을까!!! 앨범과 사진과 사진집과 영상과 유튜브와 글과 뮤비와 단편영화까지. 너무 기대를 많이 하면 실망하기 마련인데 말야. 적당히 Calm Down 하고 있을게….지난번 오막의 앨범 <겨울춤>을 준비하면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쏟은 느낌이야. 일단 준비 자체가 촉박했고, 그 짧은 시간에 너무 갈아 넣으니까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선 정말 한동안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살았다. 일을 안 할 순 없으니깐…. 그렇게 1월을 보내고 2월쯤부터 다시 뭔가 창작에 대한 에너지가 되살아난 것 같다. 그래서 약간 흥분한 감이 없지 않으니 양해해주길 바라네. 허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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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난 또, 또! 일본을 다녀왔다. 형과 함께 후쿠오카를 다녀왔지. 그 전 일본 여행들과 다른 건 없었다. 그냥 또 많이 걷고, 사진 찍고, 이상한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 보고 그랬다. 형이 아주 곧은 아니지만 조만간에 결혼을 하게 되면 아마 나 혼자 가거나, 혹은 다시 여행 빈도수가 확 줄어들지도 모르겠다. 그전까지 많이 가려고 한다. 요즘은 혼자서 일본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한 2주 정도 거기서 지내면서 '여행자'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어눌한 일본어로 일본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사진 찍어주고 하는 프로젝트(?)를 하면 참 재밌을 것 같다. 요즘은 인스타나 유튜브에 그렇게 다가가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참 많더군. 그리고 일본이 사진 찍힘에 있어 훨씬 관대한 것 같긴 하다.
이번에도 돌아다니면서 악기점을 몇 군데 갔다. 여행에서 뭔가 전리품처럼 특별하게 얻어올 만한 저렴한 중고 기타 같은 게 있을까 해서 말이야. 똑같은 기타여도 여행을 가서 발견한 기타다? 그러면 좀 더 특별한 느낌이 있지 않은가. 그 시기의 나도 떠올릴 수 있고 말이야. 물론 후쿠오카에는 기타 매장이 별로 없어서 발견은 하지 못했다. 그러고 나서 한국에 와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룰루랄라 구글을 검색하다가 내가 너무나 사고 싶던 꿈의 기타를 발견했다. 중고로! 일본 매장에! 올라와 있는! 나의 꿈의 기타! 상태도 너무 좋은데 무려 신품의 반 값!! 오사카 지역 매장에 있더라. 눈이 돌아가 버려서 오사카를 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고 있다. 게다가 엔화 환율이 지금 아주…. 꿀인 거 알지…?물론 나는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간이기에 내 실력엔 너무나도 버거운 기타라는 것도 잘 알고, 기타를 사러 오사카에 가는 것도 얼마나 비합리적인 행동인지 안다.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나는 가지 않을 것이다. 사지도 않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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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 사람이 어떻게 항상 합리적이냐?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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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은 Epiphone 에피폰 기타를 아는가? 아주 아주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렉기타에는 양대 산맥이 있다. 깁슨 Gibson 과 펜더 Fender. 그리고 아주 먼 옛날 에피폰이라는 회사가 있었지. 에피폰은 깁슨과 펜더에 견줄만한 회사였는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깁슨이 에피폰을 사버렸다. 그러면서 깁슨에서 자신들의 '하위라인'처럼 에피폰이라는 이름의 기타를 발매하게 되었지. 좀 더 저렴이 기타들로 말야. 사실은 아주 색깔이 다른, 근본 있는 회사의 에피폰이었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에피폰을 '깁슨의 저가형 모델' 기타로 인식을 하고 있지. 제조도 중국과 인도네시아(?) 쪽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런! 데! 에피폰에도 USA 라인이 아직 살아 있다는 말씀. 그리고 USA 라인에서 만드는 에피폰 기타들은 너무 소리가 좋아서 여전히 깁슨과 견주고 있다. 내가 에피폰 기타에서 너무 좋아하는 모델 카지노 Casino라고 하고 있는데, 이 모델은 비틀즈가 자주 애용하던 모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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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Don't Let Me Do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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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레논이 연주하는 저 기타가 바로 에피폰 카지노다. 너무 멋지다. 근데 2021년에 에피폰에서 정말 몇십 년 만에 USA 라인으로 저 카지노가 다시 나왔다는 말씀. 그리고 그 중고 매물이 일본 오사카에 있다는 말씀….
나의 기타 실력은 사실 30만 원짜리 치면 딱 맞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또 비합리적인 이 욕구를 눌러본다. 꾹꾹. 꾸욱 꾸욱...존레논...오사카...내실력...참아...카지노...매물잘안나옴...에피폰USA...참아...꾹참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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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McCartney - Paperback Writ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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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맥카트니가 연주하는 에피폰 카지노.
영상에서 연주 시작 전에 이런 말을 한다. "이 곡을 위해 제가 기타를 바꾼 이유는 이 기타가 지금 부를 곡을 녹음할 때 썼던 오리지널 기타이기 때문입니다.". 간지...
사실 기타 소리가 어떻고 난 모르겠다.
걍 이쁘잖아! 멋있잖아!! 어떠냐 비합리적인 오막이다 이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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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를 하다가 기타 이야기로 빠져버렸구나. 나에게 올 기타라면 언젠간 오겠지. 나와 만나게 될 사람이라면 만나게 되어 있듯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아니면 그런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엔 인간관계를 최대한 그냥 흘러가게 두려고 한다. 쭉 이어질 인연이라면 이어질 것을, 그리고 안 보게 될 사이라면 안 보게 될 것을.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말야. 물론 그렇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처럼 산다는 얘긴 아니다. 모든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바라보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저 에피폰 카지노는 부자연스러워도 갖고 싶다. 젠장. 그럼 3주 뒤에 보자꾸나.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자!
- 불합리한 소비를 자꾸 하려고 하는
오막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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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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