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추진력이 강하지 않은데? ㅎㅎㅎㅎ 그것은 어디서 생겨난 상인지 모르겠다만, 일단 너희 집 앞 카페를 먼저 가야할 것 같구나. 오막이 가장 자주 활동하는 장소입니까? 견학 가도 됩니까?
그리고 맞다, 졸업 앨범은 오막이가 가져와라. 우리 집에 있는 건 아주 산산이 조각 나는 중이다. 말 그대로, 표지가 떨어져 나가가지고 가루가 되었어. 그래서 그걸 한번 펼치면 청소기를 밀어야 한다. 그냥 손으로 줍줍해가지고는 그 가루를 다 주울 수가 없거든… 그 정도로 페이크 가죽 표지가 아주 그냥 너덜너덜해졌는데, 이걸 내가 무슨 맨날 들춰본 것도 아닌데 뭐 땜시 얘만 유독 그런 건지…
‘블루’ 관련:
오막은 이런 느낌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I'm God" by Clams Casino and Imogen Heap
1년도 훨씬 더 된… 아니지, 1년이 뭐여… 2년 됐나… 2년이 됐을지도 모른 때에 했던 ‘블루’라는 잠정 제목의 곡이라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가사로 그렸던 건 안드로이드라는 컨셉이었잖아. 내용이 많이 들어갈 필요는 전혀 없다만, 전에 네가 보내줬었던 곡도 그렇고 (기억이 나나 모르겠다) 몽환의 느낌을 나는 원해…!
Grimes - New Gods (Official Video)
오막 느낌은 아닌가…?
좀 장대한 몽환 곡들이다만, 덜 장대한 느낌의 몽환은 어떤가? SF 느낌의 몽환이 아니더라도 약에 취한 몽환이 있지 ㅋㅋ SF도 약도, 목소리에 효과를 주기에 알맞은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Lana Del Rey - High By The Beach
물론 내가 이분들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 순전히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느낌이.
음역을 중저음으로 잡거나 아예 가성의 범주에 두는 건 어떤가도 생각해 봤다. 그 사이의 중간대가 가장 어렵다. 또한 저번 편지에 보냈던 보수동쿨러의 노래에서처럼 내레이션을 넣되 로보틱하게 풀 수 있지 않나도 생각해 봤다.
좀 더 팝적인 몽환도 생각해 봤지 (+ 장대함이 빠진):
SG Lewis, Clairo - Throwaway ft. Clairo
어쩌면 내가 그렸던 건 약간 인공적인 느낌의 악기 소리들인 것 같음. 약간 몽글몽글할 수도 있고, 좀 더 성인(?)스러울 수도 있고. 가사가 분명하게 들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이런 밴드스러운(?) 몽환도 있고:
The Marías - Only In My Dreams
도시적인 느낌도 있고:
CHROMATICS "CHERRY"
내가 좀 옛날적인 느낌을 그렸던 것일 수도 있는 것 같음. 보니까 거의 다 제법 오래된 노래네. 그렇지만 오막은 노스탤지아를 좋아하니까 그 점은 괜찮겠지? 게다가 이런 느낌 노래들은 뭔가… 유행이라고 하기엔 완전 대박 가장 인기 있는 스타일인 건 아니지 않나? 그저 나의 느낌인지.
하여간에 물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좋고:
Heavenly - Cigarettes After Sex
영상에 진짜 물에 떠다니는 사진이 있네.
그리고 이것은 대놓고 오션:
Billie Eilish - Ocean Eyes
몽환!
Ark Patrol - Let Go (feat. Veronika Redd)
한아임이 생각하는 안드로이드가 차가운 안드로이드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만합니다! 한아임 소설 그 어디에도 차가운 안드로이드는 나온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대여? 파란 꿈을 꾸는 안드로이드는 언제나 따뜻하지…
그러합니다. 그밖에 나는 한국에 가기 전에 폭풍 작업들을 하고 있다. 가서는 거기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기에, 아마 갔다 와서도 폭풍 작업을 몇 달 해야할 듯.
인간은 언제가 되면 3분 만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아시아 대륙으로 가게 됩니까?
불가능하다고요?
그럴 리가. 이미 13시간이면 가는걸. 언젠간 3분은 쌉가능이 될 것이고 순간 이동이나 다름 없는 이동도 가능하겠지? 그때까지 꼭 살아야지. 120살까지는 살 거야. 최소 120살이다!!!
아무튼, 오막의 다음 편지가 도착할 때쯤이면 나의 비행이 임박해 있겠구나. 후. 우리가 고막사람을 한 달에 두 번씩 주고받으니까, 이게 은근히 시간이 훅훅 간다? 신기방기해.
곧 보자 오막아. 3월 중순 되기 전에 결정할 수 있는 것들 많이 미리 정해두자.
꽤 그냥 사는 편인 아임 총총.
이번 편지를 보낸 한아임은...
아무 데에도 아무 때에도 있었던 적 없는 세상, 그리고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는 세상 사이의 해석자다. 원래도 괴란하고 괴이하고 괴상하며 해석함 직하다고 여기는 것도 여러모로 괴하다. 이런 성향은 번역으로 나타날 때도 있고,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결과적으로는 어떤 형태로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뭐 하고 사나, 뭘 쓰고 뭘 번역했나 궁금하면 여기로. https://hanaim.imaginariumk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