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4_마음에 드는 청춘 영화 한 장면 오막 to 한아임 2023년 7월 |
아임!
2005년, 내가 고등학생 신분으로 미국 교환학생으로 갔을 당시, 나는 시애틀 공항을 통해 미국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년 뒤, 교환학생 기간이 끝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시애틀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지.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시애틀의 기억과 경험의 전부다. 시애틀과 인접한(그래도 차로 4시간은 갔지만) 작은 마을에서 지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시애틀이라는 대도시에 놀러 가지 않았다는 것이 지금은 너무나도 아쉽다. 물론 내가 막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호스트 가족이 나에게 너무나도 잘해주던 사람들이었으니 나의 요청을 들어주었겠지. 그들은 나에게 뭐 하나라도 더 미국을 경험하게 하려고 했거든. 근데 그 당시의 16살의 오막은 어디 다른 곳을 가보자고 하는 그런 것들을 너무나도 귀찮아했다. 마치 부모님이 여행 가자고 하면 귀찮듯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왜 그랬는지 몰라. 그렇다 해도 따뜻한 홈스테이 가족들 덕분에 정말 많은 것들을 경험했지만, 사실 내 의지가 있었다면 그것의 한 3배는 더 경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난 바보다…. 그 나이의 나는 정말 바보였던 것 같다. 그저 동네에서 친구들이랑 놀고,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오막...평생 다시는 없을 시기와 장소에서의 경험들을 무시하고 말이야... 어..? 근데 동네에서 놀고, 집에서 뒹굴거리고...? 생각해보니 지금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난 여전히 바보일지도 모르겠다.
. . . 어쨌거나, 시애틀 여행기를 읽어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이야기해 보았다. 너의 시애틀 여행기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오페라 하우스도 아니고 바로 화장실이었다! 아니 와장실이 저렇게 아름답게, 힙하게 꾸며져있다니. 충격적이다. 너의 말대로 각 스팟의 화장실을 사진으로 남긴다면, 그리고 그것을 모으고 모은다면 정말 멋진 사진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화장실 사진집이라니. 어딘가에 있을법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멋진 아이이디어다. 사진집을 시리즈로 내기도 너무나도 좋은 아이디어다. '시애틀 화장실'. '포틀랜드 화장실'. '뉴욕 화장실'. '베이징 화장실'. '뭄바이 화장실'. '부산 화장실'. '오사카 화장실'. 수요만 있다면 평생 이 시리즈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진가가 될 기회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초의 '화장실' 전문 사진작가..! 그리고 어디 매체에서 인터뷰가 들어온다면 이런 말들을 지껄이겠지. "화장실을 왜 처음 찍게 되었냐구요? 화장실은 인생이 담긴 공간입니다. 그 누구라도 자신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이 공간을 경험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저는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 ....? 나도 내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INFP를 증명하는 것 마냥 상상의 나래를 펼쳤구나. 나도 모르게말야. |
내 닉네임을 '오막'이라고 지어서 그런지, 나는 꽤나 종종 미국 시절을 떠올린다. 아무래도 음악 작업을 할 때도 파일명에 '오막'이 들어가고 하니 떠오를 수밖에. 아주 잠깐 몇 초라도 말이다. 교환학생이 끝나갈 때 즈음 그 마을의 교환학생들을 위한 자리? 파티?가 열린 적이 있는데, 마냥 어렸던 나와는 다르게 나름 성숙했던 체코에서 온 교환학생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1년간의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그는, "어쩌면 우리는 인생에서 다시는 못 볼 사이일지도 몰라요. 지금 당장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 거의 100%의 확률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너무 슬퍼요." 사실 그도 16, 17살의 소년이었는데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 순간 충격 아닌 충격을 받았다. 충격이라기보단 그제서야 현실을 자각했달까? '아 정말 다시는 못 볼 사람들이구나….'
요즘 멀티버스에 관한 영화가 많이 나오는데, 어딘가 멀티버스 속 다른 우주의 오막은 교환학생을 마치고 그대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당시에 나도 미국을 떠나기 싫고, 거기에 음악을 전공하고 싶어서 부모님께 미국에 있는 음악 학교를 너무나도 가고 싶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물론 집안 형편상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다시 귀국했지만, 어딘가 지구-912 같은 행성의 오막은 유학에 성공해 미국에서 음악을 하며 Omak마을의 사람들과 여전히 소통하면서 지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멀티버스 하니까 떠오르는데, 얼마 전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보았다. 나는 워낙에도 스파이더맨을 좋아하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전작 <뉴 유니버스>도 너무나도 감명 깊게 봤기에 보기도 전에 나는 당연히 좋아하겠다고 생각은 하긴 했지만, 내 예상보다 한 20배는 더 좋았다.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정말 혁명이다 혁명! 물론 음악은 1편이 더 좋았던 것 같긴 하지만, 그것은 상관이 없을 정도로 시나리오와 연출력, 특히나 연출력이 미쳤다 이 시리지는. 이번 연도에 봤던, 그리고 보게 될 영화들 중 <가오갤3>를 뛰어넘는 내 취향의 영화가 나올까 싶었는데 음…. 내 취향 기준 동급인 것 같다. 난 카톡 프사도 없고 카톡 배경도 잘 바꾸지 않는데 <가오갤3>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내 배경으로 들어가 버렸다... |
Metro Boomin & Swae Lee - Calling (Spider-Man: Across the Spider-Verse) |
영화가 끝나갈 때 즈음에 나왔던 노래로 기억한다. 사실 엄청 신선한 노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희한하게도 Swae Lee 가 저 가느다란 미성으로 싱잉 랩을 하는 노래들을 들으면 항상 내 맘을 흔들어 놓는다.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 듯. 저런 목소리의 소유자들은 항상 부럽다. 목소리 톤 하나만으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인가! 미국에서도 이 영화가 그렇게 난리라고 들었는데 아임은 이미 봤는지 모르겠다. 톰 홀랜드가 나온 <스파이더맨 - 노웨이 홈> 부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까지, 다른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르게 점점 더 대단해지고 있는 스파이더맨 시리즈…. 난 스파이더맨 베어 브릭 토이까지 사버렸다…. 그래, 쓸데없는 소비 오랜만에 좀 했다. 너무 좋은걸…. . . .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가 나와서 기쁘다. 그리고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음악을 만든 것 같다. 아임은 이미 들었지. 한 보컬 분과 오막이 함께 만든 음악이 9월 중에 나올 것 같은데 뭐랄까 내가 만든 음악 중 '발매하고도 계속 들어야지' 싶은 음악을 처음 만든 것 같아 기쁘다. 이렇게 말하면 그동안 내가 만든 음악들을 내가 억지로 만든 것처럼 들리지만 그런 건 아니고, 이상하게 발매 전까진 음악들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발매를 하면 나는 내 자신의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되더라. 단순히 발매 전에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지겨워져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사실 냉정히 말하면 나 자신을 만족시킬 만한 음악을 만들지 못했던 걸 수도 있다. 근데 이 노래는 사실 엄청 단순한 노래면서도 들을 때마다 스스로가 신난다. 그리고! 작사가로 참여해 준 당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당신이 써준 가사의 컨셉과 내용과 모든 것들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원래는 한글 가사, 영어 가사 중 하나만 골라서 발매하려 했으나 영어 가사가 너무 좋아서 둘 다 발매해 버리려고 한다. 당신 덕에 너무나도 좋은 완성본이 나올 것 같다.
이 음악은 갑자기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서 만들게 됐는데, 지배적인 컨셉은 '하이틴'이었다. 아, 내 주변 친구에게 이 음악을 들려주며 '하이틴'의 신남이 담긴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가 "아니 왜 30대가 넘어서 하이틴을 찾냐"고 촌철살인의 피드백을 한 적이 있다. 그 피드백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그러게 말이야. 30대가 되어서도 하이틴의 청량함과 순수함을 갈망하는 나…. 철부지일지도?
|
그 유명한 바스켓케이스. 이런 느낌의 청춘과 신남과 열정과 사랑이 담긴 (세일러문 같네 쓰고 나니) 노래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최근에 첨 보게 되었는데 정말 광기 어린 청춘의 느낌이 난다. 그리고 가사도 처음으로 곱씹어봤는데 생각보다 심오한 내용이라 놀랐다. 아무래도 현재 만들고 있는 음악의 래퍼런스를 많이 디깅하다보니 신나는 밴드 음악들을 많이 찾아 듣게 되는데, 정말 최근에 미치도록 반복해서 들을 만큼 마음에 쏙 드는 오막 취향 밴드를 찾아 기쁘다. 바로 Dayglow. |
이건 그들의 라이브 영상이다. 도입을 듣자마자 신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마 이건 좀 덜 신난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모든 노래가, 그리고 모든 앨범이 좋은데 내가 무한 반복하고 있는 앨범은 바로 요것이다. |
첨부터 등장하는 신스 베이스의 소리가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사실 이것보다는 좀 더 기타로 '쟝쟝쟝쟝~'거리는 음악을 래퍼런스로 찾고 있었는데, 물론 Dayglow 음악들 중에도 그런 노래가 있으나 그것보다도 신스를 잘 활용한 음악이 많은 것 같다. 근데 그 신스 소리를 너무나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내가 꿈꾸던 음반을 이미 이들이 다 만들어 버린 느낌이랄까? 좌절감이 느껴지면서도 좋아서 계속 들을 수밖에 없다. 이 앨범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는, |
바로 이 노래다! 도입부부터 좋긴 하지만 이 노래의 가장 큰 매력은 후반부에 나오는 여러 목소리로 겹쳐져 부르는 훅 부분이다. 마치 콘서트에서 팬들과 함께 떼창을 하는 느낌이다. 곡 자체의 분위기도 뭔가 감동적인 영화의 엔딩이나 콘서트의 엔딩때 처럼 이 세상이 아름다울 것만 같은 분위기인데, 그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 것이 저 떼창인 것 같다. 듣고 있으면 뭐랄까, '노스텔지어'와는 결이 좀 다르지만, 똑같이 아련해진달까? 마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 아련함이다. 혹은 미래의 노인이 된 내가 지금의 나를 봤을 때 느껴질 청춘의 아름다움과 아련함? 나도 뭐 잘 표현은 못하겠지만 대략 그런 느낌이다. 하핫. . . . 사실 내가 재생목록에서 하트를 눌러놓은 이 밴드의 음악들을 다 여기에 올리고 싶지만 그러려면 아마 다 올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냥 이 밴드의 앨범들을 하나씩, 통째로 들으라고 하고 싶다. 잘은 모르지만, LA의 뜨거운 햇빛 아래 차를 타고 가면서 들으면 더 신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교통체증이 없는 도로 말이지. |
당신이 작사해 준 그 음악, 내가 꼭 아주 좋게 프로듀싱해서 발매하도록 하겠다. 후회 남지 않도록 완성시키고 싶다. Dayglow음악을 들으면 나의 학창 시절이 생각난다기보단, 학창 시절을 회상하는 조금은 어른이 되어서 만난 나와 친구들이 생각나는 데 어쩌면 아님과 혜원과 오막이 만나게 될 순간이 있다면 배경음악으로 딱 맞을 것 같다. 아임의 말대로 다들 여전히 '무엇이 될까'를 고민하는 사이라는 게 너무 설레고 좋다. 꼭 미국에서 Dayglow를 들으며 드라이브할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Dayglow 밴드의 모습을 이번에 글을 쓰면서 라이브 영상을 통해 첨 봤는데, 아주 너드같고 좋다. 참고로 저 보컬은 팬들이 종종 미드 의 드와이트를 닮았다고 한다더라. 조금은 잘생겨진 드와이트 같군..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밴드를 발견하고,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쁜 오막이가. |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
|